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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를 별로 보지 않는다. 이건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데 줄여 말하자면 엄마가 TV를 보는걸 싫어해서 ㅇㅇ.

 

 지금은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애초에 대학생 딸이 TV보는걸로 뭐라하면 그건 진짜 이상한거지- 초3때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한 이후로는 아주 좋아하던 도라에몽을 완전히 끊어야만 했고(나름 눈물의 헤어짐이었음),

마지막으로 봤던 드라마인 시크릿가든은 그 당시 엄마가 못보게 해서 가족들이 거실에서 다같이 TV로 볼 때 나는 내 방에서 전자사전 DMB 안테나를 창문가에 갖다대서 보면서 베개를 눈물로 적셔야만 했음.

이후 아빠가 슬쩍 데려와서 마지막 몇화는 TV로 봤지만 그 뒤로 나는 꽤 오랫동안 TV를 보지 않았다.

 

 관련 일화 중 제일 어이없는 일화는 역시 태양의 후예인것 같다. 태양의 후예가 대한민국을 강타했을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수학여행을 갔다.

 둘째날 밤에 나랑 내 가장 친한 친구(특징- TV 안봄)는 같은 숙소에 모여서 모두의 마블을 하기로 했다. 나랑 내 친구가 복도에 서서 친구 숙소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같은 층의 숙소 문이 "야!!! 태후한다 태후!!!!" 소리와 함께 쾅! 쾅!!! 닫혔다. 우리 옆에서는 여자애들이 막 뛰어다니면서 숙소에 들어가고 난리도 아니었음;;

 

 숙소 문 열몇개가 눈 앞에서 막 닫히니까 대충 드라마를 하는건 알았는데, '태후'는 처음 들어봐서 이게 뭔가 싶었음. 친구한테 "야 태후가 뭐야?" 하고 물어봤는데 이 친구도 몰랐다. 나는 "태후라니 뭐 황태자 황제 이런거 나오는 드라마 요새 하나?" 라고 물어보면서 그새 다 닫힌 문을 보며 친구 숙소 문을 열었다. 친구네 숙소는 불 다 끄고 TV 앞에 방 애들이 전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두의 마블을 켜고 친구랑 팀전 모드로 게임을 하다가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나서 뭐하는지 한번 봤더니 '태양의 후예'가 방영중이었다. 아 이건 뭔지 알지... 그 드라마 한창 인기일 때여서 이런 드라마를 나랑 친구 둘 다 한 화도 안봤다는게 그냥 좀 웃겼다. 그리고 모두의 마블 한창 하고 있는데 방 애들이 '저기...미안한데 폰 화면 꺼주면 안돼?'라고 해서 그냥 폰 끄고 둘이서 같이 드라마 봄...

 

근데 그 화에서 자율주행 키스ppl이랑 서브웨이 문자 주문ppl 나와서 학을 뗏다. 도저히 이런걸 제정신으로 볼 수가 없어서 ㅋㅋ 아 정말 한국드라마랑 안맞네;; 싶었다.

이거 보고 기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기억엔 문자가 더 길었던거 같은데 생각보다 짧군요. 이걸 다다다다 말하는 송중기가 보기에 좀 민망했습니다.

하여튼 오랫동안 안 본 한국드라마에 정말 오랜만에 복귀했다. (이 전에 하이에나도 한 4화정도? 봤는데 방송 제 시간에 계속 못챙겨봐서 안보게됨)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월화 밤 8시 55분부터 방송중이다.

 

이 드라마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로맨스가 없음.

나는 그냥 한국형 로맨스 드라마랑 안맞는것 같다.  나는 그 감성이 좀 견디기 어렵다. 뭐랄까...'어떻게든 로맨스가 되는 세상'을 보는 느낌임. 현실이랑 조금 다른 느낌에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좀 안맞아서 안보게 됨.

 

2. PPL 티 안남

아마 이 드라마에도 PPL은 있겠죠...? 그러나 드라마 보는 사람한테 방해가 되는 PPL은 없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어 근데 여기 나오는 스마트폰 아이폰이던데 설마 PPL을 하나도 못잡아서 PPL 티가 안나는건가?(;)

 

하여간 뜬금없는 청소기, 스마트폰 클로즈업, 자동차 자율주행키스(;;) 안나옵니다. 카페 모임도 컵 로고가 모두 화면을 향해 있도록 촬영하는 프랜차이즈에서 촬영하지 않습니다. 어라 쓰다보니 진짜 PPL을 하나도 못잡아서 PPL 티가 안나는건지 궁금해지네요(...)

 

한국 드라마에서 너무 티나는 PPL 나올때마다 몸을 비트는 1인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드라마.

 

3. 너 무 재 밌 음 다음화가 궁금한 드라마

 '1년 전 자신으로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데. 매 화 긴장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매우 재밌습니다. 어쩜 이렇게 칼같이 끊기는지 신기해서 방금 검색해보니까 일본 소설책이 원작이라고 하네요(이누이 구루미의 <리피트>). 약간의 스릴러와 로맨스 없는 여성주연 남성주연의 연기가 찰떡같이 어우러집니다.

 

와 근데 이거 책도 있다니 책 완전 재밌겠다. 드라마 다 보고 나면 책 사서 책도 읽어야지.

 

한국 드라마에서 앞으로 이런걸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난 야빠가 아니라서 안봤지만 가족들이 <스토브리그> 할 때 다같이 엄청 열심히 보던데 그것도 로맨스 없으면서 재미있는 드라마 같았음. 

 

그 왜 드립 있잖아요. 

미국 의료드라마 - 환자를 치료함

미국 경찰드라마 - 범인을 검거함

 

한국 의료드라마 - 병원에서 연애를 함

한국 경찰드라마 - 수사하면서 연애 함

 

 

앞으로는 병원에서 병원 일 하고 경찰서에서 열심히 수사하는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